일본의 새 연호 : 레이와, 그리고 저물어가는 헤이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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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일본의 가장 큰 사건을 꼽으라면 4월 30일 아키히토 천황의 퇴위와 5월 1일 나루히토 황태자의 천황 즉위일 것이다. 새로운 천황의 즉위는 약 31년간 지속되어온 “헤이세이 (平成_へいせい) 시대”가 끝남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처럼 “서기 2019년”으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헤이세이 31년”으로 표기하기를 즐기는 일본인들에게 있어 새로운 연호는 기대하며 기다리는 일임이 분명하다. 2019년 4월 1일, 바로 오늘 11시 41분, 일본의 내각 관방 장관이 일본의 새 연호는 “레이와(令和_れいわ)”임을 공표했다.

    새 연호 “레이와”의 유래

    지금까지 일본의 연호는 총 247개였는데, 모두 고대 중국의 문서에서 발췌했다. 꽤 많은 연호가 <사서오경>등 당조 이전의 고대 문헌에서 발췌되었는데, 이번 연호는 일본의 고적인 <만요슈(萬葉集_まんようしゅう)> 매화의 노래 32수 서문에서 따왔다.
    일본어 원문은 “初春月、氣淑風、梅披鏡前之粉、蘭薰珮後之香”로, 그 뜻은 대체로 “초봄의 길한 달, 그 기운이 상서롭고 바람이 평온하니, 매화는 거울 앞에서 꽃 가루를 날리고, 난초는 향기를 풍기네.”라는 뜻이 되겠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레이와의 뜻에 대하여, 아름다운 마음을 모아 문화를 태어나게 하고 키우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 의미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는 모양이지만, 정치적인 문제는 다루지 않겠다.

    연호를 위한 법률 – “원호법(元号法_げんごうほう)”

    근대 연호의 유래를 알아보기전, 먼저 연호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이 법률에 대해 알아보자.
    1979년, 쇼와(昭和_しょうわ) 54년 6월 21일 공표된 이 법률은, 단 31자의 일본어로 이루어진 법률로서,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1조 : 연호는 정령(政令_せいれい: 정치상의 법도와 규칙 혹은 명령)에 의하여 결정된다.
    제2조 : 연호는 황위를 계승함에 한하여 수정할 수 있다.

    법률에 명시되었다 시피, 연호를 바꾸는 것은 황위를 계승할 때에만 가능하기에 메이지 시대부터 “일세일원제”를 채택해 한번 정한 연호는 재위기간 바꾸지 못하도록 규정하였다.
    아키히토 천황은 선위를 결정했는데, 선대 천황의 붕어뒤에야 다음 천황이 즉위 할 수 있었던 지금까지의 선례와는 전혀 다른 결정이라 모두를 놀라게 했다.
    따라서, 즉위 후에야 연호를 받았던 지난 천황들과는 달리, 다음 달 새로이 즉위할 나루히토 황태자는 한 달 먼저, 자신의 연호를 받게 되었다. 이는 여전히 연호를 즐겨 쓰는 일본의 풍습을 볼 때, 연호가 바뀌면 달력부터 시작해서 공문서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이 바뀌므로, 그를 대비하여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하기위해 한달 이르게 공표한 것이다.

    메이지(明治_めいじ)


    메이지는 어쩌면 가장 유명한 연호일 것이다. 메이지 유신은 세계사 교과서에서 제법 비중이 크고, 메이지라는 브랜드는 초콜릿등으로 유명하니 말이다. 메이지는 메이지천황의 재위기간 사용하던 연호로, <易经·说卦传(주역·설괘전)>에 나오는 구절 “圣人南面而听天下,向(성인은 남쪽을 향하여 앉아 천하를 듣고, 밝은 곳을 향하여 다스린다)”에서 따왔다.
    1868년 10월 23일부터 1912년 7월 30일까지 45년간 연호로 쓰여졌다.
    메이지 시대에 일어난 유명한 사건 : 메이지 유신, <대일본제국헌법> 반포

    다이쇼(大正_たいしょう)


    1912년 7월 30일, 메이지 천황이 도쿄에서 당뇨병으로 붕어하고, 요시히토 황태자가 천황의 자리에 오르니 그가 바로 다이쇼 천황이다. 다이쇼라는 연호는 <주역> 단전 임괘에 나오는 구절 : “亨以,天之道也(바른 것으로 크게 형통하니, 그것이 하늘의 도리이다.)”에서 유래되었다.
    1912년 7월 30일부터, 1926년 12월 25일까지 15년간 연호로 쓰여졌다.
    다이쇼 시대에 일어난 유명한 사건 : 제1차 세계대전, 관동대지진, 코시엔 구장 완성

    쇼와(昭和_しょうわ)


    1926년 다이쇼 천황이 심장마비로 붕어하고 히로히토 황태자가 즉위하니, 그가 바로 쇼와 천황이 되겠다. 일본의 최장기간 사용된 연호인 쇼와는 “빛나는 일본”으로, <서경> 요전의 “百姓明,协万邦(백성이 밝게 드러나고, 만방이 화목하게 된다.)”에서 유래했다.
    1926년 12월 25일부터 1989년 1월 7일까지 64년간 연호로 쓰여졌다.
    쇼와 시대에 일어난 유명한 사건: 경제 대공황, 제2차 세계대전, 진주만사건,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첫번째 도쿄 올림픽, 텔레비젼 방송, 오사카 만국 박람회, 나리타공항 완공 및 상용화, Sony 워크맨 출시, 도쿄 디즈니랜드 개원,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헤이세이

    일본의 근대사가 시작되던 1817년부터 202년이 지난 2016년 8월 8일, 일본인의 무한한 존경과 사랑을 받는 아키히토 천황은 고령을 이유로 나루히토 황태자에게 선위할 것을 발표했다.
    많은 토의를 걸쳐 헤이세이 시대는 2019년 4월 30일, 헤이세이 31년을 끝으로 마무리 짓게 되었는데, 헤이세이는 <사기(史记)> 오제본기의 “内(집안이 다스려지면 자연스레 집 밖의 일이 이루어진다)”와 <상서(尚书)> 대우모의 “地(땅이 다스려짐에 하늘의 일이 이루어진다)”에서 유래했다.
    1989년 1월 8일부터 2019년 4월 30일까지 사용될 예정이며, 이에 따르면 31년간 쓰여지는 것이다.
    헤이세이 시대에 일어난 유명한 사건: 간사이공항 완공 및 상용화, 한신 아와지 대지진, 일본 유니버셜스튜디오 개업, 2002년 월드컵, 동일본 대지진, 도쿄 스카이트리 완공 등

    일본인들은 레이와 시대가 오는 것을 기대하면서도, 헤이세이가 저물어 감에 아쉬워하는 의미에서 헤이세이 관련 상품들을 사들이고있다. 물론, 이제부터 레이와와 관련된 상품들도 하나 둘 나올 것이다.
    이제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헤이세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이 순간을 우리 모두 함께 하고 있다.